뉴스 : 신해철의 '지병', 안면인식장애란? |
개인적으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편인데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상당히 고충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거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냐고
조금만 신경쓰면 다 알게 되는거 아니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하고 대화하면서 필사적으로
대화하는 사람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헤어진 후에도 얼굴을 두번세번 되새겨봐도
하루만 지나면 뿅~ 하고 사라지는 것이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뭐 학교 다니면서 OT, MT 하고 며칠 지나서
'oo이가 이러저러했는데 XX하고 OO했다지 뭐야' 이런 예기를
친구들끼리 나누는 사이에 끼어 전혀 누구인지 감도 못 잡겠는 사람들 예기를
같이 웃어가면서 예기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일이지만
그중 가장 황당했던 사건은 대학교 2학년때의 일일 것입니다.
당시 주말이라 집에 가려고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밖에 나와서 담배를 한대 피고 있는데
20m 거리에서 저를 향해 걸어오는 여자분과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저 여자는 내가 아는 여자이다'
'일주일 전쯤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만났다'
'동아리 관련 모임이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꽤 즐거운 분위기의 대화를 나눴다'
여기까지 0.1초.
'근데 동아리 모임의 주제가 뭐였지?'
'저 여자의 이름은 무엇일까?'
.... 0.3초
결정적으로
'나보다 선배인지 후배인지 동기인지 모르겠다!!'
매우 해맑은 미소를 띄며 반갑게 다가오는 그녀에게
'반갑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라고 인사할 만한 용기는 나지 않았고;;
선배인지후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에게
'안녕하세요?' <-선배
'안녕?' <-후배,동기
이 둘중 어느 인사를 해야 할지 0.5초 동안 고민하던 중
선배인지후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는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후배(X)
그리하여 일단 후배는 아니고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에게
존댓말을 써야할지 반말을 써야할지 0.4초간 고민하던 제게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는 '집에 가?' 라고 물어보더군요.
'어... 주말이니까 뭐 할일도 없고..요' 이렇게 뒷끝을 흐리며 작게 '요' 발음을 흘려
존댓말로도 들릴 수 있고 반말로도 들릴 수 있는 어중간한 대화를 하며
저는 여전히 머리속에서 미친듯이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관련서류를 뒤지면서
집이 어디인지,
주말에 자주 집에 가는지,
집에 가면 뭐하는지,
학교생활은 재밌는지,
기타 등등
이렇게 5분간의 대화를 나누도록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에 대해
조금의 기억도 되새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던 그녀와 헤어지고
저는 약 3시간동안 극심한 자기혐오에 빠져 몸부림쳐야 했고
계속 선배인지동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에 대해 어떻게든 기억해 보려 애썼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했지요..
다시 만났는데 이미 잊어서 못 알아봤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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